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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 논점

② 일관성

 한쪽 분쟁 당사국은 분쟁 지역을 일관되게 자국 영토로 표시하는 지도를 제작했지만 다른 쪽 분쟁 당사국 및 제3국이 제작한 지도에서는 분쟁 지역의 귀속처가 일관되게 표시되지 않았을 경우 전자의 지도가 더 뛰어난 증거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비글 해협 사건에서 중재재판소에 제출된 지도 중 칠레가 제작한 지도에 분쟁 지역을 아르헨티나령으로 표시한 것은 없었다. 한편, 아르헨티나 또는 제3국에서 제작된 지도에는 분쟁 지역을 칠레령으로 표시한 것과 아르헨티나령으로 표시한 것이 혼재되어 있었다. 또한 칠레가 제작한 지도는 일관되게 같은 장소에 경계선을 표시했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제작된 지도 중 당시 아르헨티나가 주장했던 경계선을 표시한 것은 1개뿐이었다. 게다가 제3국이 제작한 지도의 대부분이 칠레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통해 중재재판소는 칠레가 제작한 지도는 칠레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드는 효과를 불러온다는 인상을 주는 반면, 아르헨티나에서 제작된 지도는 증거로서의 가치를 빼앗을 정도로 의문을 갖게 하거나 모순이 있는 것이 많다는 결론에 도달했다19.

③ 분쟁 당사국의 대응

 자국에 불리한 정보가 표시된 지도에 대해 항의 등의 대응을 취하지 않을 경우 그 지도 표시를 채택 또는 묵인한 것으로 간주되어 권원을 주장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악영향이 있다고 생각되는 나라는 그 지도를 제작한 나라에 정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추정에 합리성이 있기 때문이다20.

 국제사법재판소는 망키에·에크르오 사건에서 망키에가 영국에 귀속되는 증거의 하나로 망키에 전체와 에크르오의 일부를 영국령으로 기재한 해도에 대해 프랑스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21. 비글 해협 사건에서는 아르헨티나 의회가 분쟁 지역을 칠레령으로 표시한 지도 제작을 공식 허가하고 내무장관도 승인을 했다고 연상케 하는 행동을 취했다는 점이, 분쟁 지역이 칠레에 귀속된다는 결론에 이른 근거 중 하나로 꼽혔다22. 페드라 브랑카 분쟁에서 말레이시아의 전신인 말라야와 말레이시아가 분쟁 지역에 '싱가포르령' 주해가 기재된 공식 지도를 발행했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는 분쟁 지역을 싱가포르의 주권하에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고 평가되었다23.

④ 제작 시기

 지도의 증거로서의 가치는 제작일 또는 출판일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사국이 분쟁 발생 후 제작 또는 출판한 지도의 증거로서의 가치는 발생 전의 것과 비교하면 낮게 평가된다24. 물론 분쟁 발생 후에도 자국에 불리하거나 자국의 주장과 모순되는 지도를 계속 제작하여 출판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주19

Beagle Channel, supra note 14, pp. 168-169, 178, 182, paras. 144-145, 157, 162. See also, Egypt-Israel Arbitration Tribunal: Award in Boundary Dispute concerning the Taba Area, 27 I.L.M., 1421 (1988), pp. 1484-1485, para. 219. 아라키, 「전게 논문」 (주11), p.17.

주20

Eritrea and Ethiopia case, supra note 9, p. 114, para. 3.21.

주21

The Minquiers and Ecrehos case, supra note 7, pp. 66-67, 71.

주22

Beagle Channel case, supra note 14, pp. 158-159, paras. 126-127. 아라키, 「전게 논문」(주11), p.9.

주23

Sovereignty over Pedra Branca/Pulau Batu Puteh, Middle Rocks and South Ledge (Malaysia/Singapore), Judgment, I.C.J. Reports 2008, para. 272. See also, Territorial and Maritime Dispute (Nicaragua v. Colombia), Judgment, I.C.J. Reports 2012, p. 624, at 661-662, paras. 101-102.

주24

Beagle Channel case, supra note 14, pp. 167-168, para. 141.

3. 변화의 조짐

 국제재판소는 영역 귀속에 관한 조약 등 공식 문서의 불가분의 일부로 첨부된 지도를 제외하고는 다른 증거로 얻은 결론을 확인하기 위해서만 지도를 사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재판관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경계, 즉 사람의 손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경계의 확정은 ‘지도 제작자의 일이 아니다25 ’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영토 권원의 증거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 지도가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바와 같이26 국제재판소가 분쟁 지역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데 있어 지도가 가진 증거로서의 가치를 더 중시하게 된 점은 확실하다27 . 이러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분쟁 당사국들은 국제재판소에 많은 양의 지도를 제출해 왔다. 그리고 재판소도 이러한 당사국의 노력에 상응하는 경의를 표하며 합당한 대응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 언급한 판례는 모두 지도에 근거한 주장을 가벼이 물리치지 않고 신중하게 심사한 후 그 증거로서의 가치를 판단했다. 국제재판소는 결코 지도가 갖는 기능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이 점을 적절히 고려하며 지도의 수집 및 평가를 진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주25

Kasikili/Sedudu Island ( Botswanai/Namibia), Judgment, I. C. J. Reports 1999, Separate Opinion of Judge Oda, p. 1134, para. 41.

주26

Différend frontalier, supra note 9, p. 586, par. 62. Voir aussi, Différend frontalier (Burkina Faso/Niger), arrêt, C.I.J. Recueil 2013, p. 76, par. 68.

주27

지도는 분쟁 지역에 관한 ‘여론 또는 세평의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판례도 있다. Award of the Arbitral Tribunal in the first stage of the proceedings between Eritrea and Yemen (Territorial Sovereignty and Scope of the Dispute), Decision of 9 October 1998, RIAA, Vol. XXII, p. 295, para. 381, pp. 321-322, para. 490. See also, Beagle Channel case, supra note 14, p. 183, para.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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